1986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6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6년 한국프로야구에는 이 선수가 있었습니다.
262.2이닝, 24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 0.99, 214삼진...
이것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까요.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란 말이 어울리는 성적이 아닐 수 없죠.
물론 야구는 한 명의 선수가 하는 게임이 아닌 법,
OB가 떠난 충청지역에 한국화약(한화)을 모기업으로 한 7번째 구단 빙그레 이글스의 창단,
류현진 이전에 신인 최다승 기록이였던 18승의 신인 김건우,
한국에서의 화려한 부활로 일본 프로야구팀에 재스카웃된 '황금박쥐' 김일융,
1984년 져주기 파문과 1985년 통합우승으로 인한 한국시리즈 무산으로 실현된 포스트시즌 제도의 변화 등등
1986년 한국프로야구는 수많은 뉴스거리가 있었던 시즌이었죠.
어쨌거나 선동열의 해태는 전, 후기리그 모두 2위를 기록, 한국시리즈에 직행합니다.
1986년의 포스트시즌은 좀 웃긴 게... 전후기리그 1, 2위가 토너먼트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얻는데
그 중 두 장의 티켓을 가진 팀이 나오면 그 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그런 복잡한 제도였죠.
덕분에 우승을 한 번도 못한 해태는 한국시리즈에 직행,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과 후기리그 우승팀 OB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뭔가 언밸런스(?)한 상황이 벌어졌고, 여기서 승리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108경기 407타수 .300 21홈런 3도루 67타점 63득점
104경기 404타수 .280 18홈런 10도루 57타점 64득점
103경기 342타수 .298 14홈런 8도루 66타점 50득점
262.2이닝 0.99 24승 6패 6세이브 214탈삼진
95경기 304타수 .329 6홈런 16도루 41타점 55득점
99경기 376타수 .293 4홈런 26도루 33타점 60득점
196.2이닝 2.47 16승 6패 3세이브 87탈삼진
그리고 해태의 감독은 '그 김응룡' 삼성의 감독은 '그 김영덕' 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동열' 시리즈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86 한국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위의 어느 누구도 아니었습니다...
1차전(광주) 해태 4 : 3 삼성
해태의 1선발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이었고, 삼성은
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당시 허리가 좋지 않았던 선동열, 7회 초 에게 선제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9회에도 1점을 내줍니다.
반면
이 이어던지며 7회까지 무실점한 삼성, 8회 등판한 에이스
이
1점을 내주지만, 무난히 삼성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던 9회 말,
해태는 의 3루타,
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어내고야 맙니다...
그리고 연장 10회 초, 힘이 떨어진 선동열에 이어 등판한 선수는 신인 좌완투수 .
당시로서는 '광속구'였던 좌완 140km대의 직구를 던지지만, 그 공이 컨트롤이 전혀 안 되어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던지는 불안한 투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둑한 배짱도 아울러 갖고 있었던 이 선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1회 말 김성한이 김시진을 두들겨 끝내기 중전안타를 뽑아내, 경기는 해태의 승리로 끝납니다. 승리투수 김정수.
2차전(광주) 해태 1 : 2 삼성
선발투수 김일융은 해태의 강타선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고, 이해창은 7회 대주자로 출장하여
과감한 3루도루에 이은 희생플라이로 팀에 결승점을 안겼습니다.
당시 일본프로야구로 다시 스카웃되는 것이 확정된 김일융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최선을 다해 치르는데... 결과는?
하루를 쉰 양팀은 경기장을 대구로 옮겨 3, 4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3차전(대구) 삼성 5 : 6 해태
의 삼성에 해태는
을 내세웁니다. 1983년 20승을 기록하여 팀의 우승을 이끈 선수죠.
1회 의 적시타와
의 투런홈런으로 일찌감치 앞서간 삼성,
김시진 역시 3회
의 홈런으로 3실점, 동점이 됩니다.
해태는 불안불안한 이상윤을 내리고 1차전 승리투수인 를 마운드에 올리고, 살떨리는 동점 상황이 이어지던 7회 초.
김준환이 볼넷과 번트로 2루에 진루하고, 위기라고 생각한 김영덕 감독은 컨트롤 난조에 빠진 김시진을
으로 교체. 하지만 이 진동한이 대타
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균형이 무너지고,
의 송구 실책과
의 적시타로 단숨에 6:3 으로 점수가 벌어집니다.
삼성도 7회 말
의 적시타로 1점차로 추격하지만, 해태는
을 교체투입하며
진화에 성공, 1점차의 승리를 지켜냅니다. 김정수는 시리즈 2승째를 거둡니다.
이 경기가 끝나고 격분한 대구관중들에 의해 큰 사건이 하나 터지죠. 바로...
지금도 회자되는 해태 선수단 버스 방화사건.
지역주의가 극도에 달해 있던 시기였고 그것을 프로야구에서 발산하던 시대, 그만큼 흉흉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한국시리즈.
4차전(대구) 삼성 4 : 7 해태
가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경기 직전 손가락을 다쳐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간 권영호.
의 깜짝 솔로홈런으로 먼저 앞서간 해태(이 선수 통산 홈런이 2개인데 86 한국시리즈에서 2홈런 -_-;),
하지만 삼성은 6회 잇따른 실책을 기회로 2득점, 역전에 성공합니다.
이 한 타자를 막고 곧바로 올라온
이 또 1실점하여 3:1로 벌어진 스코어,
하지만 9회 초 해태의 중심타자인
이 마무리
을 두들겨 단숨에 동점.
경기는 연장전에 접어들고, 10회 양 팀은 1점씩을 교환합니다.
그리고 11회 초, 2사만루 상황에서 의 몸에 맞는 볼로 균형이 깨지고,
이 적시타로
쐐기점을 올려, 승리를 확정짓습니다. 이로써 해태는 원정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게 되죠.
이제 승패는 중립지역인 잠실에서 결판나게 되었죠. 김영덕 감독은 온갖 악행(?)으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어 왔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시리즈에서는 무기력하게 패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또다시 막판에 몰린 이번에는?
5차전(잠실) 해태 5 : 2 삼성
해태에는 1, 3차전 승리투수 이 있었고, 삼성에는 1, 3차전 패전투수
이 있었습니다.
꼭 먼저 앞서가는 팀은 삼성이라, 이번 경기에서도 1회
를 앞세워 2점을 선취합니다.
하지만 해태에는 가 있었으니, 1회 말 적시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리더니 3회 말 동점 상황에서는
주자 두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3루타를 쳐내, 역전을 해냅니다.
5회까지 호투하던 김정수가 6회 초 이만수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응룡 감독은 을 긴급히 투입합니다.
과연 에이스, 앞의 두 경기에서 언제 부진했냐는 듯 4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승리, 그리고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을 지켜냈죠.
MVP는 시리즈 3승을 따낸 에게 돌아갔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동열의 시리즈가 될 거다'라고 했지만,
실제로 시리즈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던 거죠...
이후 김정수 선수는 한국시리즈에서만 7승을 따내어 한국시리즈 최다출전, 최다승리, 최고령 등판(만41세3개월1일)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 최고령 출장기록을 세울 때의 김정수는 이미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있었고, SK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미스터 옥토버'라는 말이 있습니다. 10월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나는 선수들을 두고 하는 말이죠.
김정수 선수처럼 말입니다... 이 선수가 정규시즌에서 거둔 성적도 통산 92승 77패 34세이브, 결코 나쁜 기록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그 포스... 이것을 보자면 그 괜찮은 기록마저도 초라해 보이게 되죠.
이런 김정수에게 팬들은 '가을까치'란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거친 근성을 보이는 캐릭터 까치,
어떤 상황에서도 겁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강속구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김정수에게서 팬들은 '까치'의 근성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