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야구 한국시리즈

국내야구갤러리
비회원 0 143 0 0

1984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4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4년 삼성라이온즈는 프로야구계 '악의 축'이었습니다. 중요한 몇 가지 사례만 언급해 보기로 하죠.

 

 

1. 감독 빼가기

박철순의 부상으로 원년우승에서 83년 5위(6팀)로 추락한 OB 김영덕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유학을 가겠다"면서 감독직에서 물러납니다. OB 구단 측으로서는 아쉽지만 유학을 간다 하니 그를 순순히 놓아주었죠.

하지만 정확히 11일 후, 김영덕은 돌연 삼성 감독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원년 이래로 라이벌이자 앙숙관계였뎐 삼성과 OB,

OB 구단과 선수들이 김영덕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 84년 시즌 내내 OB와 삼성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고

OB 구단측은 삼성의 초대 감독 서영무씨를 구단 이사로 선임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양팀은 시즌 중 4차례나 되는 난투극을 벌였다는군요...

 

 

2. 3관왕 만들어주기

82년 '타격이 준수하지만 투수리드는 시원찮은' 그저 괜찮은 포수였던 이만수,

84년 그의 타격은 만개하여 홈런과 타율, 타점의 3관왕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홈런과 타점은 워낙 크게 앞서가 신경쓸 필요조차 없는 상황, 하지만 타율 기록은

재일교포 출신 236C1E39585B63432AAE3B 선수가 바짝 뒤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타율이란 떨어질 수도 있는 기록, 거기에 전기리그를 우승하여 후기리그 운영에 여유가 있었던 김감독은

규정타석을 채우자마자 이만수를 전력에서 제외시켜 버립니다.

뭐 거기까진 프로야구에서 종종 있는 정도의 수준이니 기분은 나쁘지만 그냥 넘어간다 싶지만...

...롯데와의 연전에서 삼성은 홍문종에게 '9연타석 고의볼넷'을 내주는 실로 엽기적인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결국 타율왕의 자리도 이만수에게 돌아갔고, 이만수는 대망의 '타격 3관왕'을 이룩하게 되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만들어진' 기록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리가 만무하죠.

결국 이 해의 이만수는 3관왕을 하고도 27승의 최동원에게 시즌MVP를 내줘야 했습니다...

 

 

덧붙여 이 사건을 두고(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김영덕 감독이 한 유명한 말이 있죠.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3. 져주기 파문

막강한 전력으로 전기리그를 우승한 삼성, 그리고 후기리그는 OB와 롯데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영덕 이적 파문 이후 심기일전, 다시 강력한 팀으로 거듭난 OB,

감독의 일도 있고 하여 삼성은 OB와의 한국시리즈를 회피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삼성은... 롯데와의 경기에서 노골적 져주기 플레이를 하며 롯데의 승수를 늘려주어,

롯데를 한국시리즈로 진출시키고야 맙니다...

 

 

...이리하여 84년 한국시리즈는 '선택한 자' 삼성과 '선택당한 자' 롯데의 대결이 되었습니다.

양 팀의 주축 선수들입니다.

27376E50585B63430C8BC1 100경기 360타수 .339 11홈런 36도루 53타점 62득점

231DA83F585B63441C3D31 97경기 346타수 .327 21홈런 8도루 67타점 61득점

25143B3F585B6344255DFC 81경기 311타수 .244 9홈런 2도루 53타점 28득점

2746833B585B63442269F9 284.2이닝 2.40 27승 13패 6세이브 223탈삼진

2645F335585B634412BA61 161.2이닝 2.95 10승 9패 44탈삼진

24702945585B63451092CC 89경기 300타수 .340 23홈런 3도루 80타점 45득점

2545BE43585B634527DA2F 89경기 309타수 .324 7홈런 8도루 44타점 56득점

253A3D50585B6345094C97 222이닝 2.27 16승 10패 3세이브 155탈삼진

23395533585B634515FCA1 215이닝 3.18 19승 11패 2세이브 154탈삼진

233F3C40585B6346199BE5 108이닝 3.25 10승 2패 4세이브 48탈삼진

 

 

최동원 1인 에이스의 롯데 투수진과 김일융, 김시진 원투펀치의 삼성 투수진.

많은 타자들이 고르게 활약한 삼성의 타선과 강력한 몇몇 선수를 뻬면 별 볼일 없는 롯데의 타선.

 

 

롯데 강병철 감독은 최동원을 1, 3, 5, 7차전 선발로 내정합니다.

무리 아니냐고 말하는 최동원에게 강감독의 말,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최동원의 대답, "한번 해 보입시더."

최동원은 이미 후기리그 50경기 중 무려 30경기에 등판하여, 18승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최동원은 분명 선발투수였음에도 출전수나 승리수에 구원등판한 횟수가 더 많았다는 겁니다...-_-;;

요즘엔 꿈도 꿀 수 없는 옛날 옛적 얘기였죠.

 

 

1차전(대구) 삼성 0 : 4 롯데

양팀 에이스끼리의 선발대결.

롯데는 2회 234A0040585B634610C605 의 투런 홈런과 4회 210FAE4E585B634618C751 의 적시 2루타, 상대 실책 등으로 4점을 선취,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발투수 26717A44585B6347202ABC 을 무너뜨립니다.

2568D64C585B634724BB38은 7안타 7탈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 한국시리즈 첫 완봉승 투수로 기록되게 되죠.

 

 

2차전(대구) 삼성 8 : 2 롯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삼성은 2370E646585B63471F25E2 을 선발로 내세웠고,

롯데의 선발투수는... '안창완'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는 84시즌 70이닝을 던져 방어율 1.67에 3승 3패를 기록한 신인투수입니다.

이 해가 최고 성적을 거둔 해임에도 마구마구에선 카드조차 만들어지지 못한 선수이기도 합니다...ㅡㅡ;(88, 89년에는 존재)

어쨌거나 삼성은 3회 273B2A3D585B6347352114 의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5회 2점, 7회 4점을 추가하며

'최동원을 뺀' 투수진을 총출동시킨 롯데를 무너뜨리며 대승을 거둡니다.

 

 

3차전(부산) 롯데 3 : 2 삼성

하루 쉬고 부산 구덕야구장으로 옮긴 한국시리즈, 이틀을 쉰 에이스들이 다시 맞붙은 경기.

하지만 이 날은 삼성의 수비가 말썽을 부려, 2회와 3회 각각 1점씩을 롯데에 헌납하고 맙니다.

하지만 7회 235FE146585B634726A05C 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낸 삼성,

하지만 8회말 롯데 공격에서 큰 사고가 나고 말았으니...

그때까지 호투하던 21223039585B634803330D 이 226F4139585B63482B4D9E 의 강습타구에 발목을 정통으로 강타당하고 만 것입니다...

결국 김시진은 들것에 실려나가고, 몸도 풀지 못하고 등판한 2423504D585B634814560E 가 적시타를 허용, 팽팽하던 균형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9회를 잘 막아낸 2736114A585B6349274531 은 12탈삼진에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리즈 2승째를 올립니다.

 

 

김시진의 뜻하지 않은 부상은 개인에서나 팀에서나 큰 손실이었습니다...

일단 84년 가을의 삼성은 막강 원투펀치의 한 축이 큰 손상을 입어 반쯤 전력을 이탈한 셈이었고,

김시진 선수 개인으로서는 이때의 발목부상이 은퇴할 때까지 그를 악령처럼 따라다니게 되었죠...

 

 

4차전(부산) 롯데 0 : 7 삼성

삼성은 이제 21672541585B63492F1EC7 만 믿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최동원만 없으면, 최동원만 없으면...'을 외치기라도 해야 할 삼성의 타선.

하지만 정말 최동원만 없으면... 삼성의 타선은 거짓말처럼 폭발했죠.

롯데 2선발 213E9D36585B634908E76D 선수가 절대 시원찮은 투수는 아니었음에도, 경기는 삼성의 대승으로 끝납니다.

김일융은 완봉승을 거두며, 최동원에 맞서 역시 시리즈 2승째를 올립니다.

 

 

5차전(잠실) 삼성 3 : 2 롯데

롯데의 선발은 또다시 26385150585B63490B6C0A , 삼성은 본래 김시진이 나왔어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상중.

고육지책으로 27269E4B585B634A0F27FC 를 선발로 등판시키지만, 어쨌거나 그도 원년에 15승이나 올렸던 수준급 투수.

5회 롯데가 2점을 선취했지만, 삼성은 곧바로 6회 동점을 만듭니다.

그리고 7회, 270BBF4F585B634A14C798 이 천하의 최동원을 무너뜨리는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추가점 없이 경기는 종료.

시리즈 3승 2패, 그리고 최동원까지 무너뜨린 삼성에게는 우승 트로피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죠.

거기에 구원승을 올린 217D9C3C585B634A06BCBF 은 시리즈에서만 홀로 3승을 올려, MVP가 코 앞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6차전(잠실) 롯데 6 : 1 삼성

아무리 최동원이라도 이틀 연속 선발등판할 수는 없는 노릇, 롯데는 210B6C44585B634A04D841 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그리고 삼성... 3선발급 투수 황규봉을 올리려던 김영덕 감독은 2351B542585B634B0EE87C 의 강력한 희망에 못 이겨(하는 척)

부상중인 그를 선발투수로 올립니다. 김감독, 82년에 이어 또다시 선수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삼성은 중심타선의 22731744585B634B1E6426 2119634B585B634B1C8F6C 가 연속안타로 1점을 선취,

하지만 롯데의 클린업트리오 242F634D585B634B0716F3 2373B545585B634C0D674E 246AD645585B634C14F6F7 는

부상중인 김시진을 두들겨 내리 3득점, 일거에 역전을 시킵니다.

그리고 임호균이 4회 수비를 마치고 손가락 부상을 호소하자...

21356E37585B634C17903E 이 등장합니다! 전날 7이닝을 던져 패전했던 그가, 다음날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입니다.

과연 최동원, 일주일 동안 3경기에 선발등판하여 2번이나 완투를 했음에도 아직 그의 구위는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9회까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역시 3승째를 올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열리게 되어 있던 7차전, 우천으로 취소되어 다음날로 연기됩니다...

아무리 최동원이라도 3일 연속으로 등판했다면? 어쨌거나 지칠대로 지친 최동원은 단 하루를 쉬고

7차전에 또다시 선발투수로 등판합니다.

 

 

7차전(잠실) 삼성 4 : 6 롯데

롯데의 263F7842585B634C23AC0E 카드에 맞서 삼성의 김영덕 감독은 236CC747585B634D3AE639 카드를 내세웁니다. 그렇습니다. 막판입니다...

삼성은 2회 1사만루 찬스에서 3점을 따냅니다.

롯데는 3회 1점을 따라갔지만, 6회 245F303C585B634D217161 이 최동원에게 솔로홈런을 뽑아냅니다. 그렇습니다. 최동원은 지쳐 있습니다...

하지만, 최동원만 지쳐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롯데는 7회 바로 2점을 추격, 4 : 3 으로 쫓아갑니다.

삼성은 기진맥진한 김일융을 교체해야 했습니다. 이미 그의 나이도 30대 중반, 하지만 누구로?

믿을 투수는 김일융 뿐이라고 생각한 김감독은 그를 8회에도 마운드에 올립니다.

하지만 257DE54C585B634D0FB903 253A0735585B634D1D46D9 의 연속안타로 위기가 찾아왔고... 투수를 교체하려뎐 김영덕 감독은

다음 타자가 252F3C35585B634E261EE5 임을 확인하고 김일융을 끝까지 믿기로 합니다. 유두열의 6경기 성적 17타수 1안타...

실제로 7경기 시작 전 강병철 감독은 그의 타순을 아래로 밀어내려 했지만

일 처리가 잘못 되었는지 전광판에 찍힌 그의 타순은 그대로 5번, 재미있게도 강병철 감독은 그것을 굳이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유두열은 이 결정적인 찬스에 타석에 서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3점홈런.

속으로 '아뿔싸'를 외치며 그제서야 투수를 교체하는 김영덕 감독,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사후약방문.

경기 도중 '삼성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건희 구단주가 본 것은 삼성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역전패하는 광경이었죠.

허구연 해설위원은 7차전을 추억하며 "최동원의 유명한 브레이킹 볼이 수평으로 들어오더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그의 정신은 살아 있었고,

9회를 범타처리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합니다.

한국시리즈 4승,

그것도 막강한 삼성을 상대로, 7경기에서 무려 5번이나 등판하고 3번이나 완투하여 이룩한 성과.


'무쇠팔' 이라는 별명은 그의 선수인생을 역설적으로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는 고교시절, 대학시절, 실업야구시절, 프로시절을 통틀어 혹사를 당해보지 않은 시절이 없었을 정도로

언제나 엄청나게 많은 공을 뿌려대곤 했죠.

프로시절의 최동원 역시 대단했지만, 실제로 그의 최전성기는 아마추어 시절이라고들 합니다.

 

250A6D3F585B634E2DCBAC

 

그 혹사를 이겨내고, 프로에 와서도 3년 연속 200이닝을 던지고 3년 연속 20승을 거둘 뻔... 했던 최동원,

그의 스탯은 분명 선동열에 밀리지만, 분명 그는 '기록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위대한 투수였음에 틀림 없습니다...

 

 

뒷이야기 - 강병철 감독 역시 투수혹사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죠.

이후 1992년 다시 롯데의 사령탑에 복귀하여 괴물신인 염종석과 롯데의 두 번째 우승을 맞바꾼 그는

이후 한화에서 구대성을, SK에서 이승호와 에르난데스를 잡아먹으며

'투수백정'이라는 기분나쁜 별명을 얻기에 이르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