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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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2년 야구 한국시리즈


1982년 이종도의 시원한 만루홈런과 함께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

비록 요즘같은 강속구 투수도 없었고, 99년처럼 '아무나 홈런타자'인 시대도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도 스타가 있었고, 낭만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미 프로야구 AAA에서 뛰던 231B6B4D585B6378199525 은 이름도 생소하던 '팜볼'을 가지고 22연승을,

선수 수가 합쳐서 15명이었던 원년 해태의 '오리궁둥이' 2570AD3D585B63780C4C9F 은

'타점왕 겸 10승투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211BF934585B63792FA6D9 2354283E585B6379148C3A2759E93D585B63791C53C9 로 이어지는 삼성의 트리오는

'1인당 15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승리수를 삼성에 안겼던 해이기도 하죠

(덧붙여... 삼미슈퍼스타즈가 '팀승률 1할대'라는 역시 전무후무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 해).

 

 

대망의 원년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에는

'예나 지금이나 스타군단' 삼성과 '박철순'의 OB가 올라갔습니다.

삼성의 감독은 이제는 고인이 되신 서영무,

OB의 감독은 길이 잊혀지지 않을 사파의 전설 - 김영덕.

김영덕 감독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더 할 기회가 있을 듯하니 여기선 일단 넘어가기로.

 

 

양팀의 주요 선수들과 정규시즌 성적입니다.

25744A47585B637934AD7F 77경기 284타수 .342 8홈런 9도루 47타점 54득점

24718845585B637A100EC0 77경기 293타수 .334 4홈런 14도루 54타점 40득점

2417694B585B637A2102BA 62경기 210타수 .310 13홈런 14도루 41타점 43득점

21393E50585B637A0B73D5 76경기 266타수 .308 3홈런 9도루 25타점 45득점

2347DE45585B637A342050 224.2이닝 1.84 24승 4패 7세이브 108탈삼진

2667FF3B585B637B06D76C 64경기 214타수 .336 3홈런 34도루 27타점 42득점

217F284E585B637B262C87 78경기 270타수 .289 13홈런 6도루 51타점 46득점

246DA04C585B637B20EFEF 167이닝 2.91 15승 7패 1세이브 73탈삼진

2460EC48585B637C2EF6DB 222.1이닝 15승 11패 11세이브 99탈삼진

26368D4D585B637C017D86 178.2이닝 2.37 15승 5패 2세이브 72탈삼진

 

전기리그(프로야구 초창기는 전/후기리그가 나뉘어 있었습니다. 현재 프로축구처럼... 정확히는 프로야구가 먼저) 우승은 OB,

후기리그 우승은 OB와 막판까지 각축을 벌인 삼성이 아슬아슬하게 가져갑니다.

애초에 전문가들은 OB를 강팀으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 별볼일 없는(박철순 제외) 투수진,

타선의 중심 윤동균은 늙었고(1949년생으로 당시 만33세, 선수 겸 감독 백인천에 이어 최고령 선수였음),

결정적으로 박철순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진출 이전의 박철순은 강속구를 던지는 그럭저럭한 투수,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박철순은

마치 너클볼과도 흡사한 체인지업 - 팜볼을 장착한 투수가 되어 있었죠.

그 전문가들의 예상은 박철순의 '22연승'과 함께 저 우주 멀리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겠지만.

 

 

팀당 126경기를 치르는 요즘에도 224이닝은 장난이 아니다. 하물며 82년은 80경기(!)를 치른 시즌.

혹사라는 표헌이 절로 나오게 되죠? 게다가 박철순은 이미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치러 왔습니다.

후기리그 왕좌를 놓고 겨루던 OB와 삼성의 마지막 경기,

그 날도 당연히(?) 등판한 박철순은 8회 3루쪽 기습번트를 수비하다가 허리를 삐끗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는 쉴 수 없었습니다.

박철순의 부상은 한국시리즈의 큰 변수가 되었, 아니 될 뻔 했지만 - 김영덕 감독은 박철순의 선수생명을 잡아먹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합니다.

비록 감독은 박철순을 기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할지라도 - 선수생명이 위기에 처한 순간에 그를 말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1차전(대전) OB 3 : 3 삼성

아무리 부상을 당했어도 박철순은 에이스, 당연히 1차전에 선발 등판하겠지... 라는 모두의 예상을 깬 OB의 선발투수는25661645585B637C1B97DA 였습니다. 45.1이닝에 나와 5승무패 2.18의 성적이군요... 제가 찾은 기록엔 언더스로 투수라는데,

마구마구에는 오버스로 투수로 되어 있네요. 어떤 게 맞는 건지.

아무튼 이 '비밀병기'는 9회까지 3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고, 권영호-황규봉이 이어 던진 삼성과

연장 15회 무승부를 이루어 내는 쾌거(?)를 이룹니다(참고로 82년 정규시즌에 무승부가 단 한 경기도 없었다고 하네요...-_-;).

하지만 OB로서도 초반 3 : 0 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겠죠.

참고로 1차전 양팀의 안타 수는 OB 12 삼성 3... -_-;; OB가 조금만 더 집중력이 있었더라도 잡았을 경기입니다...

 

 

2차전(대구) 삼성 9 : 0 OB

OB 선발 25179550585B637C24F9D1 과 구원투수 2325E733585B637D287600 이 초반에 대량실점을 하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경기.

삼성은 선발 25554938585B637D05AB89 에 이어 273FF442585B637D23E9D7 가 완봉 역투를 펼쳐 OB를 녹다운시킵니다

(이 성낙수 선수는... 그 뒤 별 볼일 없는 성적을 거두고 빙그레에서 은퇴했으며,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장명부와 함께 야구계에서 추방당하고 말죠...).

계형철 선수는 이후 '박철순 없는 OB'의 에이스로 성장하지만, 82년의 방어율은 4.88로 썩 좋은 투수는 아니었군요.

 

 

이 2경기가 끝나고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1차전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 2차전은 대패,

거기에 다음날은 이동일이었으니 회식 - 으레 술자리죠 - 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려 한 OB 선수들과 코치진.

분위기 전환용 술자리는 나이트클럽으로 옮겨갔고, 거기서 대구의 주먹들과 패싸움이 벌어지고 만 겁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싸움은 진정됐고, 경찰에 연행되진 않았지만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었죠.

거기에 전력상 삼성에 밀린다는 모두의 생각, 1무 1패로 밀리는 상황, 부상중인 에이스...

 

 

3차전(동대문) OB 5 : 3 삼성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베테랑, OB 최고참 선수 214B7840585B637D106C27 은 동점 상황에서의 연이은 2루타로

팀에 잇따라 득점 찬스를 제공하고, 스스로 적시타를 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OB 선발 선우대영에 이어 6회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227EB541585B637E1DA0F6 은 위기를 넘기고

이후 2실점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고, 사면초가에 몰린 OB는 스코어를 동률로 만들며 일단 한 숨 돌리게 됩니다.

 

 

4차전(동대문) 삼성 6 : 7 OB

OB는 1차전의 영웅 강철원을 내세우지만 이번엔 일찌감치 4실점. 이후 솔로홈런 2방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긴 OB는

7회초 2사만루의 찬스에서 대타 21231050585B637E180680 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3루 찬스에서

234B0C3B585B637E1FB447 의 평범한 내야플라이를 233AEF37585B637E14609B 2615B24D585B637F206B2B 이 서로 잡으려다 충돌하는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틈타 3루주자 윤동균이 홈인, 역전을 하고야 맙니다... 이후 황규봉은 신경식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김유동에게 또다시 2타점을 허용, 7 : 4로 스코어가 벌어집니다.

7회 위기에서 또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2337D150585B637F0D0F6F , 이번에는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내리 2실점.

점수는 7 : 6이 되고 2사 1,2루의 위기상황에서 타자 김한근을 삼진으로 잡아 간신히 위기를 넘깁니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죠.

 

 

5차전(동대문) OB 5 : 4 삼성

  236F9644585B637F235522 265FE73C585B638021BE24의 연이은 홈런에 힘입어 4 : 0으로 일찌감치 앞서간 OB,

하지만 삼성은 역시 2266173D585B638014E497 231AE84F585B63800BDE5E 의 투런홈런이 연이어 터지며 단숨에 동점을 만듭니다.

이후 팽팽하던 경기는 9회말 21603248585B63802F2E0F 의 적시타로 2루주자 212D0537585B63812077F4 이 홈인하며 OB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이제 거꾸로 벼랑에 몰린 삼성은, 5차전에서 구원등판하여 5이닝이나 던진 2742A042585B6381201423 를 선발로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단행,

이에 대항한 OB는 여전히 부상중인 216BF849585B63812C8217 을 선발로 내세우는 '좀 더 초강수' 를 단행하게 됩니다.

양 팀의 에이스들은 하루의 휴식을 거쳐 운명의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6차전(동대문) 삼성 3 : 8 OB

경기 중에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공을 던진 에이스,

무리한 연투로 지칠 대로 지쳐 있지만 그래도 던지고 또 던진 다른 한 명의 에이스,

그리고 8회까지 스코어는 3 : 3.

9회 초 OB 공격. 2개의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의 찬스,

26208B4F585B63810428AC 는 271FB84F585B63810530F8 을 내야 플라이로 잡았지만, 2423C838585B638239F5A1 에게 볼넷을 내주며

팽팽하던 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맙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233AD93E585B6382274F92 . 이선희는 약간 높은 직구를 던졌고, 김유동은 그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만루홈런.

결승점은 신경식의 밀어내기였지만, 김유동이 만루홈런을 치는 그 순간 경기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경기 도중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강속구와 팜볼을 뿌려댄 27623B3D585B638215A696 은

247C4C3A585B63832BC1FE 을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냅니다.

원년의 한국시리즈는 박철순과 OB의 것.

그리고 그 마지막 내야 땅볼을 수비하다 뒤로 세게 넘어진 박철순.

허리의 통증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로지 우승의 감격만이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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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은 결국 1983년 시즌 초 허리를 크게 상하여 2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재발한 허리부상, 어깨부상, 아킬레스건 파열 등 잇따른 치명적 부상을 이겨내고 40세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게 되지만...

82년의 우승도 모두 상처 뿐인 영광.

원년 우승과 박철순을 맞바꾼 감독 김영덕은, 이후 삼성과 빙그레를 거치며

한국시리즈에 여러 차례 진출하지만, 전패하고 맙니다.

그 패배의 그림자에 '불사조'의 상처 뿐인 영광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박철순은 1995년 만39세의 나이에 9승을 거두며 팀의 두번째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고, 1996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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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에서 마운드에 입을 맞추는 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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